태화강국가정원에서 울산의 품격을 보다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1-06-01 16: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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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전남 순천시에는 2015년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이 있다. 인구 29만의 작은 도시 순천은 국내 첫 국가정원을 보유한 상징성 때문에 손에 꼽히는 관광도시가 되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이듬해인 2014년 행사장을 순천만정원으로 영구적으로 개장한 것이 지금의 국가정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9년 7월 12일, 태화강국가정원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과 십리대숲, 철새공원을 보유한 도심 속 천혜의 자연환경은 국가정원으로서 안팎의 찬사를 받고 있다. 수질이 개선된 태화강과 함께 태화강국가정원은 공업도시 울산을 친환경 생태도시, 관광도시 이미지로 탈바꿈시킨 자산이기도 하다.

이런 태화강국가정원이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정원 내 잔디밭을 중심으로 밤마다 술판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밤 10시 이후에 국가정원으로 몰려가는 인파가 늘어났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무색하게 사람들이 밀집하고 새벽까지 무질서한 술자리가 이어져 술병과 음식물 쓰레기가 매일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유다. 달라진 게 있다면 야간 음주와 흡연, 5인 이상 집합금지 준수를 당부하는 현수막 게시 정도다. 실내공간이 아닌 야외라서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장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가.

울산시는 태화강국가정원의 야간 음주 등에 대한 민원에 따라 정원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계도활동을 벌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7일부터 일부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냥 작은 도심 공원도 아닌, 명색이 국가정원이다. 밤마다 벌어지는 술판을 막겠다는 방법이 일부 시설 폐쇄라니, 그렇다면 술자리가 국가정원 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면 그때마다 폐쇄로 대응할 것인가.

여기서 또 절대 지나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현재 태화강국가정원 내에서 벌어지는 야간 음주 등 무질서한 행위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 논란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위배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 괜찮다는 말인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마음껏 음주를 해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도시의 녹지 공간, 공원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시민 삶의 지표이자 도시의 수준을 말해준다. 금싸라기와 같은 땅을 개발하지 않고 공원으로 조성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순천만국가정원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된 울산의 대표 자랑거리다. 하지만 국가정원이라는 타이틀에 만족해 철마다 꽃 심고 나무 가꾸는 것으로 국가정원의 소임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무지한 것이다.

국가정원 초입부터 북적대는 차량들과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거기에 비집고 들어선 노점상, 휘황찬란한 카페 불빛과 편의점 테라스를 넘어 국가정원 안쪽까지 시끌벅적한 술자리. 코로나19 상황에 지친 일부 젊은이들의 일탈 행위로 치부한다면 더 이상 답이 없다. 계도 활동과 일부 시설 폐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울산시의 대책이라면 더더욱 답이 없다.

국가정원을 찾은 시민 관광객들이 그곳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더 이상 부끄러워지지 말자. 도시의 품격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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