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그 이후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12-08 15: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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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2008년 12월 11일, 초등학교 1학년인 여아가 성폭행당해 심각한 장기 손상까지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이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건을 꺼내게 된 건 가해자가 12년형을 마치고 마침내 12월 13일 출소하기 때문이다.

당시 온 국민적 공분에도 법원은 가해자가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음에도 고작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이 사건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0년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치료제도(일명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었고, 2011년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피해 미성년자가 성년에 이르는 날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3년에는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에는 법원이 감형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성폭력 특례법이 개정되었다. 2019년부터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범죄자를 대상으로 출소 후 일대일 전담 관찰을 허용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는 일대일 전담 관리를 받도록 했다.

성폭력범죄에 대한 법이 더디지만 현실적이고 강화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법이 제 역할을 하고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다시 물을 때가 왔다.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이 함께 머리를 맞대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주거지 반경 1km 이내 지역을 여성안심지역으로 지정해 CCTV를 늘리고, 방범초소를 설치하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등 특별 준수사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해 1대1로 전자감독을 실시하고, 출소 후 7년간 전자발찌 착용과 5년간 ‘성범죄자 e알림이’를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딱 여기까지다. 정작 피해자는 조두순이 출소 후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제한법이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CCTV 설치, 전자발찌 착용, 신상정보 공개 등 대책들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오히려 가해자가 출소 후 자신의 집에서 법의 보호 아닌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기막힌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 특히 소아성애자의 경우 길에서 아이와 눈만 마주쳐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성향을 가져 보호관찰제도, 전자발찌만으로는 절대 관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출소 후에도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사건 이후 피해자는 여전히 법의, 국가의,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조두순 사건’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12년 동안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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