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억새의 일렁임, 신불산의 가을이별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15-12-02 15: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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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을 가다
▲ 신불산공룡능선, 언양시내모습

15년 전 처음으로 신불산을 오른 이후, 해마다 2~3회씩 오르고 있다. 그 때는 자가용으로 간월재까지 갈수가 있어서 그다지 힘들지 않게 걸음만 옮기면 신불산 정상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자가용으로 오르는 것은 금지돼 있다. 신불산(神佛山)은 신선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지산, 간월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 고헌산, 운문산, 문복산과 더불어 영남알프스라 부른다. 모든 영남알프스 산들은 1000m가 넘으며 능선들이 연결돼 있어 당일이나 1박2일로 종주하기에 환상적인 코스다. 그 중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 천황산,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이라고 하니, 영남알프스가 코 앞에 있는 울산시민들은 거대한 축복을 받은 셈이다. 특히 신불산과 영축산사이의 약 60만평의 평원에는 은빛 억색 군락지가 멋들어지게 펼쳐져 있어 가을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영남알프스 신불산, 가을 억새의 장관
‘신선이 불도 닦는 산’ 원기충전 시간


탄성을 자아내는 홍류폭포의 절경
산행 멤버들은 지난 4월에 이어 11월에 신불산을 다시 한 번 찾았다. 울주군 복합웰컴센터의 준공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었는데, 이날은 전국에서 약 1000명가량의 등산객들이 모여 신불산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 홍류폭포

자칫 지체하면 등산객들과 섞여 늦어질 수 있으므로 일행은 서둘러 홍류폭포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불산을 오르는 경로는 간월산장코스, 자수정동굴코스, 가천마을코스가 있지만, 우리들은 간월산장에서 홍류폭포를 거쳐 신불공룡능선(칼바위)으로 오르기로 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려서인지 홍류폭포는 폭포로서의 웅장한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이병기 시인은 일찍이 박연폭포의 웅장함에 감탄을 자아냈으며 그 아름다움과 영원함을 노래했다. 신불산에서 마주친 홍류폭포는 올라오느라 지친 일행들의 힘든 걸음도 잊어버리게 만들고 그 모습에 탄성이 절로 터졌다. 위쪽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에서 홍류폭포의 장엄함과 생동감을 느낀다. 세월이 흘러도 물소리는 그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영원히 알리는 듯하다.


폭포수가 햇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서린다고 해서 홍류폭포라 한다. 높이가 약 33m로 봄에는 무지개가 서리며 겨울에는 고드름이 절벽에 매달리고, 위에서 내리는 물은 아래에서 보면 눈처럼 희다. 11월의 홍류폭포는 주위가 빨간 낙엽으로 푹신한 이불을 깔아놓은 듯하다. 일행은 더 감상하고 싶은 아쉬움을 남긴 채, 산위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찔한 긴장감, 신불산 공룡능선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빌려온 듯한 이름인 신불산 공룡능선. 칼바위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설악산 공룡능선만큼 거대함과 긴 거리는 아니지만, 오히려 3~4시간으로도 여유로운 산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밧줄을 타고 힘들게 바위를 오르면서 느끼는 쾌감과 긴장감, 암릉길을 걸으면서 보는 장면들은 거대한 병풍들이 겹겹이 쳐진 모습이다. 신불산 공룡능선은 양면이 급격한 경사로 이뤄져 발을 디딜 수 있는 길은 칼날을 밟는 듯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등산초보자이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얼음이 얼었을 때는 위험하니 우회 길을 이용해야 한다. 일행이 공룡능선을 한참 걸어가는데 여성등산객들이 움직이지 않고 암릉 위에서 멈춰 있었다. 칼바위를 걸으려는데 도저히 발걸음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어서 우리를 따라오라고 안내해 주었다. 긴장감과 쾌감, 멋진 풍경을 주는 칼바위지만 공룡능선코스로 산행할 때는 항상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 신불산에서 바라본 간월재

신불산 정상, 억새가 펼쳐진 간월재
3시간가량 가쁜 호흡을 내쉬며 정상에 이르니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신불산의 매력이다. 다른 산들과 달리 수백만평의 들판에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고 억새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바람이 불때마다 하얀 파도가 밀려오듯이 억새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신불산 정상에서 자라고 은빛을 띤 억새풀 너머앞쪽에는 천황산과 재약산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통도사가 있는 영취산이 있으며, 오른쪽은 간월산, 가지산이 자리잡고 있다. 조선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가 신불산과 영축산정상의 성을 둘러보고는 ‘산성이 위치하고 있는 땅의 생긴 모양과 기세가 높고 가파름이 한명의 장수가 일만명을 쉽게 맞서 이겨 낼 수 있는 자연이 준 요새’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단조성이라 불리는 이 산성은 신라 때 축조된 것으로 알려지며 대부분 암벽을 이용해 성벽으로 이용했고, 부분적으로 돌을 쌓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

신불산 정상에서 30분정도 이동하면 간월재에 도착한다. 옛날에는 배내골이나 밀양사람들이 언양이나 울산바닷가로 가기위해 향한 곳이고, 울산사람들이 내륙으로 가려면 이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신불산 정상에서 왕성한 기운을 충전하는 것은 소중한 기쁨이다.


최상형 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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