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 사망이 사회에 던지는 경고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10-20 21: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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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2142명. 2018년 기준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한 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다. 근로자 1만명 당 사망자 수는 1.12명이다. 매년 각종 산업현장에서 사고 등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대부분 통계상 숫자로 표시될 뿐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사망의 원인인 재해는 대부분 추락, 끼임 등 사고(971명)와 질병(1,171명)으로 나타났다.

추석 이후 지금까지 택배 기사(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모두 20~40대인데 세 명 모두 사망 원인이 과로사로 추정되고 있다. 올 들어 추석 전까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과로사로 인정받은 사람은 모두 7명이다.

한 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에 비하면 적을 수 있지만 동일한 작업현장에서 비슷한 원인으로 사망이 이어진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더구나 택배 업무의 과로에 대한 경고는 이전부터 수차례 제기되어 왔다.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다는 말이다.

지난 12일 사망한 택배 기사는 죽기 전 동료에게 일이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문자를 남겼다. 사망 원인이 과로사인지, 지병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무 강도가 심한 고통일 정도로 힘들었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택배 기사의 잇단 사망 원인은 택배 업무환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 들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7월 택배 물량은 약 16억5314만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3억4280만 건)에 비해 23% 늘어났다. 온라인 매출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도 폭증한 것이다.

주52시간제 시대에 업무 과로가 생기는 이유는 택배 기사들이 법적으로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건당 배달 수수료를 받는 개인 사업자여서 주52시간 상한과 같은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개인사업자이지만 넘쳐나는 배달 물량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택배회사와 계약을 통해 구역 배정과 당일배송 등에 대한 업무 규정이 되어 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계약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배달 업무 중 상당시간을 차지하는 ‘분류작업’은 배달 수수료와는 별개로 택배 기사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택배 기사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71.3시간이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평균 노동자(주 평균 41.5시간)보다 30시간이나 일을 더 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직전 3개월 주 60시간 이상 노동 또는 직전 1개월 주 64시간 이상 노동)보다도 10시간 정도 많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기사들이 분류작업에 추가 인원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그러자 정부와 택배회사가 2067명의 분류작업 인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제 분류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362명에 그쳤다.

택배 물량을 조절하거나 택배 기사가 별도의 인력을 구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하지만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예견된 사망 사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고가 생길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택배 기사의 잇단 사망은 앞으로 달라질 경제 구조와 노동 환경에서 나타날 문제점을 미리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택배회사와 택배 기사간의 문제로 해결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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