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첫 재판 변론, 미국 1급 여성 살인범과 닮았다

연합뉴스 / 기사승인 : 2019-08-13 17: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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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인 내용으로 대중 이목 집중시켜 진흙탕 싸움 닮은 꼴"
미국 검찰, 결국 살인 유죄 입증해 '종신형' 선고 이끌어내
▲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지난 12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의 정식 공판이 시작되면서 고씨측의 변론전략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2일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공판에서 고씨의 변호인은 전남편의 변태적 성욕을 강조하며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피해자 측에 돌렸다.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범행임을 증명하기 위해 변호인이 내세운 전략이다.

하지만 실제로 증명할 수 없는 일방적인 진술로 고인을 욕보였다는 비판과 함께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변호인의 변론이 '불난 집에 부채질 격'으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고씨의 변호인은 왜 이러한 변론 전략을 짰을까.

실제로 미국에서 이와 비슷한 변론 사례가 있었다.

남자친구를 흉기로 잔인하게 난자하고 총까지 쏴 숨지게 한 미국의 엽기 살인범 조디 아리아스(당시 27)의 재판이었다.

아리아스는 지난 2008년 6월 남자친구 트래비스 알렉산더의 집에서 이별을 통보한 알렉산더를 흉기로 27차례 찌르고 총을 쏜 뒤 목까지 베는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 2008년 6월 전남자친구 트레비스 알렉산더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급 살인죄 선고받은 조디아리아스.

당시 이 사건은 외설적인 관계, 1급 살인, 거짓말 등 온갖 선정적인 요소를 갖춘 살인사건으로 미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아리아스의 재판은 연일 방송과 신문의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수많은 사람이 이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면서 재판이 열릴 때마다 긴 줄이 형성되다보니 심지어 재판 방청권 '암표'까지 등장했다.

수사당국은 재판에서 아리아스가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귄 남자친구에 대한 분노와 질투심에 휩싸여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리아스는 알렉산더가 성관계 직후 자신을 공격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됐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아리아스는 알렉산더가 자신을 들어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치자 그가 총을 보관해 둔 옷장으로 뛰어가 총을 꺼내 '정당방위'로 발사했지만, 알렉산더를 찌른 기억은 없다는 이상한 주장을 펼쳤다.

이후 총을 사막에 내다버리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등 범죄 흔적을 지우려 노력했던 점은 인정했다.

'전남편이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한 고유정의 주장과 매우 비슷하다.

▲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

고씨 역시 검찰조사에서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전남편을 살해한 뒤 혈흔을 청소하고, 두 차례에 걸쳐 시신을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변호인의 변론까지 매우 유사한 성격을 띤다.

아리아스의 변호인은 피해자인 알렉산더가 피고인을 성적으로 학대했음을 재판에서 주장했다.

그는 알렉산더가 피고인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했으며 이외에도 둘 사이에 벌어진 충격적인 성관계와 피고인의 불행한 과거를 법정에서 자세하게 진술하는 등 아리아스가 학대받은 여성이라고 변론했다.

또 변호인이 재판에서 내세운 심리학자는 아리아스가 사건 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과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시달리고 있어 살인 당일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고씨의 변호인 역시 재판에서 전남편의 변태적 성욕을 강조하며 피고인을 성폭행하려던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범행임을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은 재판에서 혼전 순결과 부부간 이뤄졌던 사적이고 은밀한 성관계 내용, 전남편의 무리한 성관계 요구 등을 모두 거론하면서 순종적인 고씨와 달리 강씨는 면접교섭 당일에도 성욕을 참지 못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또 아이에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친엄마임을 내세워 동정여론을 이끌어내려 하기도 했다.

▲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실종 초동조치 및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을 비롯해 제주동부서 여청과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책임자 3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지난 7일 밝혔다.

고유정과 여러모로 비슷하게 진행된 아리아스의 재판 결과는 어떠했을까.

검찰도 재판에서 심리학자를 내세워 아이아스에게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이나 기억상실증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가 학대받았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아리아스가 보이는 정체성 불안과 미성숙함으로 미뤄 그가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진단한 결과를 내보였다.

이외에도 계획적 살인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 증거를 내세웠다.

아리아스는 결국 가석방 가능성을 없앤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아리아스는 재판 선고 전까지 배심원들에게 자신이 독서클럽 활동을 시작했고, 암환자를 돕기 위한 가발만들기 사업에 머리카락을 기증했다며 사형을 면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근무하는 한 미국 변호사는 "고유정의 변호인은 조디 아리아스 재판을 참고해 변론 전략을 짰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들이 혹할 수 있는 성적인 내용을 들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면서 동정여론을 이끌어내려 했던 전략이 두 사건의 변론 진행에 있어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씨의 변호인은 다음 재판에서 평소 피해자의 변태적인 성행위 등을 주장하면서 계속해서 여론을 선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씨 측의 주장과 우발적 살인과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허물 수 있을 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자 검찰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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