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와 뇌수술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1-13 15: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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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전병찬 필진회장(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신경외과 과장)
▲ 전병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신경외과 과장
반구대 암각화 일대를 가끔 지나다니다 보니 방금 이라도 선사시대 선조들이 나타날 것 같은 묘한 분위기에 빠져들어간다. 비 오는 날이면 더욱 그러하다. 필자가 신경외과 의사라 생뚱 맞게 ‘암각화를 그릴 정도라면 머리를 다쳤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엄습한다.

최초 인류의 뇌는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매우 컷지만 현대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편이었다. 무수한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의 뇌도 점차 커지게 되고 지능도 발달되었다. 하지만 뇌가 크다고 해서 지능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고래의 머리가 사람보다 훨씬 크지만 지능은 사람에 비해 떨어진다.

인간이 서서 걸어 다니면서 도구를 쓰기 시작했고 따라서 뇌는 더더욱 발달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정신문화가 나타나게 되고, 또 보고 느낀 것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물을 본 떠 관념을 나타낸 문자’ 즉, 상형문자가 출현한 것이다.

이후 지능과 기술이 무한급 수적으로 발전해 오늘날과 같은 로봇재활 및 로봇뇌수술을 포함한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울주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암각화이고,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문화유산이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정부, 울산시, 학자 및 시민단체가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암각화는 선사시대의 사람들이 고래, 거북, 호랑이 등 동물 등을 바위나 돌에 파거나 새긴 그림이다. 당시 일상생활 자체를 숨김없이 표현한 것이다. 정신문화가 뛰어나고 매우 열정적이다. 지능과 섬세한 기술이 뛰어나고 표현기법 또한 다양하다. 단단한 도구를 이용하여 바위에 충격을 가하는 쪼기나 마찰을 내는 바위 긋기, 갈기, 파기 등이다.

그 당시 고래사냥을 입증하는 ‘작살이 박힌 고래 뼈’가 2010년에 출토됐다. 반구대 암각화의 제작연대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7000년 전부터 울산 일대에서 배를 타고 고래사냥을 하는 생활을 일상적으로 했고, 또 선사인들은 그런 문화를 바위에 그리고 파서 새김으로써 풍요를 즐기며 필경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하려고 했던 것이리라.

1800년 전 고대그리스에서 뇌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는 젊은 여성의 두개골이 발견 되었다. 그 당시에 뇌 전문 의사들이 있어 정교한 뇌수술에 직접 참가했다가 추정된다.

비록 정교한 뇌수술은 아니지만 두개골을 개방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는데 약 5000년 전에 중국에서, 그리고 6000년 전에는 터키에서 가장 먼저 뇌수술을 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독일의 신석기 시대 유골에서도 뇌수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암각화 보존문제가 필연적 과제이고, 유네스코 등재는 주된 화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고고학이나 공학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이에 대해서는 별 재주가 없고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미 7000년 전에 작살을 사용하거나 도구를 이용해 바위에 암각화를 새길 정도로 뛰어난 정신문화와 정교한 기술이 있었다면, 울산에서도 두통이나 뇌외상을 받은 환자에서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뇌수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념에 빠져 본다.

고래 꼬리보다 머리에 작살을 꽂으면 더 빨리 죽고, 암각화 작업을 하다가 사람이 바위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면 깨지 않거나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자 두개골에도 구멍을 내 피를 걷어 내주니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지는 않았을까.

세계 최초의 뇌수술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대곡천과 반구대 암각화 일대를 더욱 샅샅이 살펴보는 것은 과연 어리석은 발상일까.

울산종합일보 전병찬 필진회장(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신경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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