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두팔’이 되어야 하는 1인가구 여성들

서소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10-04 14: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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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여성 1인가구, 안전대책 마련 시급
▲ 1인가구가 증가하며 국내 주 가구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이에 따른 범죄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며 국내 주 가구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이에 따른 범죄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가구의 수는 600만명에 육박한다. 여성 1인가구의 경우 291만 4000가구로, 1인가구 수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300만명에 육박하는 여성 1인가구는 잇따른 범죄에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1인가구 여성들 사이에서는 굳이 불편한 소통을 꺼리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원룸·오피스텔 등 1인가구 범죄 증가
지자체들, 각각 다양한 대안책 선보여
보이스피싱 등 또 다른 범죄 유의해야


여성 57%, 범죄 발생에 불안함 느껴

대단지 아파트에선 경비실에 택배를 맡길 수 있지만, 원룸빌라는 상주 경비원이 없어 찾아온 이를 거주자가 직접 대면해야 한다. 이에 곽두팔, 서필광, 엄덕구, 육만춘 등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른바 ‘세 보이는 이름’ 리스트들이 공유되고 있다. 억양이 센 이 이름들은 혼자 사는 1인가구 여성들이 택배를 주문할 때 자주 사용하는 이름이다. 혹시 모를 범죄에 대비해 자신을 지키려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자료제공= 통계청]


범죄에 대한 1인가구 여성의 불안 심리는 공식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여성들이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는 것은 증가하는 성폭력 범죄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주요 범죄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 2만9272명으로, 남성 피해자보다 16배 많은 수치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5월 발생한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과 노이즈 마케팅이라 밝혀진 ‘신림동 삐에로 도둑’ 사건 등 최근 1인 여성가구 대상 범죄 사건들이 증가해 두려움의 목소리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지자체·편의점, ‘무인택배함’ 확대추진

 

▲ 울산시는 지난해 초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안심무인택배함’ 설치하고 시범운영에 나섰다. [자료제공= 남구청 블로그]

경비원이 없는 원룸촌에서는 택배 도난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수취인이 집에 없을 경우 문 앞에 두고 가 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집 앞에 둔 물건을 다른 누군가가 가져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CCTV와 같은 보안시설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없는 원룸 밀집지역은 범죄 사각지대로 방치되기 쉽다.

이렇다보니 한 쇼핑몰에서는 택배를 맡아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종합쇼핑몰 G9은 편의점 GS25와 주유소 GS칼텍스 등에 ‘스마일박스’라는 무인택배함을 설치했다. 쇼핑몰 이용객은 배달받고 싶은 위치 주변에 있는 스마일박스를 수령지로 지정하면 그곳에서 택배를 찾을 수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잇따른 1인가구 범죄에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처음으로 무인택배함을 도입했다. 올해에는 20만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서울에서 시작된 무인택배함 서비스는 현재 전국으로 퍼져 부산시, 울산시, 대구시, 광주시 등에서도 벤치마킹해 전국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울산시(시장 송철호)는 지난해 초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안심무인택배함’ 설치하고 시범운영에 나섰다. 이에 울산 중구에서는 13개 동 주민센터 가운데 2곳을 선정해 안심무인택배보관함을 설치했다. 이어서 지난해 12월 울산 남구에서도 청사입구와 무거동 건강생활지원센터 등 2곳에 ‘안심무인택배함’을 설치했다. 남구는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택배기사를 사칭하는 범죄에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사업을 시작,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구는 삼산동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주변 원룸촌에 무인택배시스템 설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6월 무거동에 있던 안심무인택배함을 삼산동으로 옮겼다. 갈수록 높아지는 수요에 울산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무인택배함을 확대 설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인택배함 이용한 또 다른 범죄 조심해야

1인가구 범죄 예방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무인택배함을 대안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이용한 범죄 또한 무시하지 못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택배함 번호와 비밀번호만 알고 있다면 물품을 꺼낼 수 있는 무인택배함의 편리함을 역이용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충북 일대에서는 무인택배함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사람의 접촉이 없고 발각되더라도 쉽게 도주할 수 있는 건물 외부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을 이용해 타인의 카드를 수거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부산, 대전 등에서도 발생되자 각 지자체에서는 사건 재발 원천봉쇄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 동구의 경우 사고재발 방지를 위해 인증절차를 거친 택배기사만 무인택배함에 물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을 변경하고 있다.

무인택배함을 필두로 여성안심귀가서비스 등 불안한 여성 1인가구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은 법적, 제도적 대안이 미흡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현재 진행 중인 정책들은 대부분 피해자인 여성의 보호를 초점에 두고 있다. 범죄유발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처벌과 예방에 중점을 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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