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불편한 산부인과, 사회적 인식 개선 시급

김승애 기자 / 기사승인 : 2019-10-18 14: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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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진료 방법에 거부감 갖는 여성들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는 대표적인 단어가 ‘굴욕의자’다. 일반 병원과 달리 산부인과의 진료 과정, 질문, 진료 기계는 낯설기만 하다. 이 같은 이유로 여성들은 산부인과 진료를 망설이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 스스로 산부인과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한다.

여성 중 80% 20대에 산부인과 방문 경험
‘성적 문란함’ 사회적 편견이 여성 질환 키워
자궁경부암, 산부인과 검진으로 줄일 수 있어
 


▲한국 여성들은 대체로 20대에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한다. 방문의 가장 주된 이유는 임신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산부인과 출입 두려워하는 여성들…왜?

#직장인 A(25)씨는 올해 자궁경부암 대상자가 됐다. 자궁경부암이 걱정되지만 산부인과 진료는 더 겁이 난다. 이전에도 생리불순 때문에 엄마와 산부인과에 갔었는데, 의사가 ‘성관계 경험이 있으니 피임 조심하라’는 얘기를 했다. 그 발언 하나로 엄마와 어색한 사이가 됐다. 이제는 산부인과 가는 게 두렵고 싫기만 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인 미혼 여성 13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8%가 ‘임신 전에도 산부인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82.4%가 산부인과 방문을 망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에서 알려주듯 한국 여성들은 대체로 20대에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한다. 방문의 가장 주된 이유는 임신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그전까지 생식기 건강에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먹거나 참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선진국에 비해 산부인과 방문이 늦은 편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15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이 산부인과 경험을 갖고 있다. 또, 독일은 초등학교 6학년만 되면 생리나 피임 방법에 대한 성교육을 진행한다.


▲산부인과를 검색하면 여의사가 있는 산부인과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산부인과 방문 관련한 이야기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진다. 산부인과에 다녀온 후기를 공유하는가 하면, 여의사가 있는 병원 리스트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진료에 최적화된 의자를 굴욕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여자들을 산부인과와 더 거리를 두게 만든다”며 “명칭은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에 산부인과를 두렵게 만드는 언어 사용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성암 7위 자궁경부암, 산부인과 검진으로 예방

최근 20대 자궁경부암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2014년에는 2041명이었던 환자가 2018년 3370명으로 4년 사이 65%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높아진 것은 산부인과 진료 의식 수준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정기적인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일부 HPV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자궁경부암은 정기적인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일부 HPV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은 낮다. 정부는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에게 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2006~2007년 출생 여성 청소년의 자궁경부암 백신 1차 평균 접종률은 49.5%에 불과하다(질병관리본부).

만 20세 이상에게는 자궁경부암 검진을 2년마다 무료로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알고 검진받는 20대 여성도 적다. 최근 연세대 보건행정학과에서 20대 여성 353명에게 자궁경부암 검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그 중 36.5%가 무료 검진을 인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검 의도가 없다'고 대답한 여성도 44.5%로 집계됐다.

자신의 몸 인지하는 ‘청소년시기’ 성교육 필요

‘남녀칠세부동석’을 미덕으로 여겼던 유교 사상에서 성교육은 금기시된 덕목이었다.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해준 어른은 극소수다. 심지어 중학교 성교육 시간에 선생님이 자위에 대해 가르쳤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남녀 자신의 몸에 대해 인지하는 것은 청소년기에 대부분 이루어지는데, 그래서 청소년 시기부터 성인지적 관점을 높이고, 성평등 인식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공교육을 중심으로 한 스웨덴의 성교육 시스템은 여러 사회 주체들과 네트워크를 이뤄 운영된다. 60년이 넘는 성교육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은 ‘평등’을 중요한 국가적 가치로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교육에서 성교육이 의무화됐다.

한국도 제대로된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자 여가부에서는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하이서울 유스호스텔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의 성평등 인식제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희경 여가부 차관은 “토론회를 통해 변화의 주역인 청소년의 입장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발굴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에 대한 편견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건강에 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회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울증은 성격이 예민한 거다’, ‘여성 질환은 성적으로 문란해서 생긴다’는 인식 때문에 환자들은 병원에 가는 걸 두려워하게 된다. ‘건강관리’라는 말은 늘 옳고 또 쉽지만 정작 아픈 사람들에게는 자책감을 심어준다.

김승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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