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은 행선지를 몰라도 되나?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19-07-19 13: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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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조경환 논설위원겸 필진
▲ 조경환 울산종합일보 논설위원겸 필진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즉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설명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이 대다수인 지금 누가 그것을 모른다 하겠는가?

그러나 세상일은 반드시 의도한 대로 되지는 않는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행정부와 입법부를 구성해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정부수립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겨우 이만큼이나마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그러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는 미래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정권의 주체가 바뀌고 대한민국호에 탑승한 승객들은 새로운 운전자가 때론 좌로, 혹은 그 반대로 핸들을 급조작 하는 통에 멀미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들의 불친절하고 난폭한 운전은 반복됐고 승객들의 불만과 한숨소리만 차안에 가득하다.

멀고 험한 민주주의의 길,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 6월21일 국토교통부와 여당소속 부울경 단체장들은 새로운 갈등의 핵으로 등장한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문제를 논란 끝에 국무총리실로 이관을 합의했다. 이 논의에서 소외된 TK지역민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TK지역과의 합의를 번복 할 수는 없으며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혼란과 갈등의 폭발을 우려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과거 노무현 정부때 승객 폭주로 인한 영남권 신공항건설 필요와 정치적 결정으로 처음 시작됐고 부울경과 대구경북의 최대 현안으로 선거때마다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가덕도와 밀양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지만 부산은 가덕도, 울산‧대구‧경북은 밀양을 지지하며 지역 간 대결이 치열했고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었던 정부는 결국 백지화하고 말았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프랑스 파리항공엔지니어링사에 타당성조사 용역을 주었고, 새로 신공항을 짓는 대신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하나를 더 건설해 동남권 신공항을 완성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발표했고 이 문제는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19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시 문제가 제기된 신공항에 대해 총리실에서 재검증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기존의 결론을 재검토 하라는 여당소속 부울경 단체장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당연히 대구경북의 반발을 불러왔고, 겨우 묻어 놓았던 갈등의 불씨를 되살려 내고 말았다. 이제 정부에서 어떤 결론을 내던간에 앞으로 새로운 갈등과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장관과 부울경 단체장들은 6월21일 회동에서 동남권 신공항건설의 적정성 문제를 총리실에서 재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기존 합의에서 배제된 TK지역은 그들이 주장했던 밀양의 백지화를 넘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극력 반대에 나서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대구경북 여권 중진의원은 “기존 합의를 깨고 가덕도 신공항으로 한다는 계획은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고 엄청난 갈등을 다시 유발하게 된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국책사업이 표류하게 된다면 정책에 대한 불신과 정책행정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현상황을 우려했다.

오랜 정치경험이 있는 그들로서는 신공항건설을 두고 섬뜩한 주장이 적힌 현수막이 온통거리를 뒤덮고 폭력이 난무하던 수년전 극심했던 영남지역의 갈등을 떠올렸을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어디로 갈 것 인가를 놓고 해묵은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가운데 그것이 정치적 결정이던 정책적 결론이던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그리고 모든 정책 결정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에 내려져야 갈등 최소화는 물론 사업의 정당성도 확보 할 수 있다.

지지하던 반대하던 먼길을 떠나야 한다면 승객들도 최소한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울산종합일보 조경환 논설위원겸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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