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이 더 비싸··· 성차별 가격 ‘핑크택스’

서소희 기자 / 기사승인 : 2019-12-23 1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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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기에 치러야 하는 비용 ‘핑크택스’
▲ 2015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 ‘핑크택스(Pink Tax)’는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임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현상을 말한다.

 

2015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 ‘핑크택스(Pink Tax)’는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임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을 만들 때 분홍색을 자주 사용하는 데서 유래됐다. 핑크택스는 미용, 의류, 가방, 식료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같은 제품·서비스, 값은 더 비싸
여성세, 핑크택스 두고 갑론을박
소비자·기업, 인식개선 노력해야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색, PINK


▲ 지난 6월 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핑크택스를 아십니까’라는 글이 등장했다.


지난 6월 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핑크택스를 아십니까’라는 글이 등장했다.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더니 커트 가격이 여성은 18000원 남성은 12000원이었다는 것. 기장과 스타일이 남성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6000원이나 더 내야 했다며, 이런 기본적인 것까지 국민청원을 통해 공론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다는 골자였다.

미용실 커트 가격뿐만 아니라 데오드란트나 면도기, 기초화장품 등 미용용품도 다를 바 없다. 기능적으로 차이가 없는 상품인데도 ‘여성용’이라는 텍스트만으로 비싼 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미용 분야와 더불어 핑크택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 바로 마카롱이다. 마카롱 소비층이 주로 여성이라는 점에서 비판적 의견이 등장하고 있는 것. 이러한 마카롱의 가격은 최소 2000원에서 최대 4000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만드는 이의 수고로움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작은 크기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식품류인 마카롱 외에도 롱패딩, 여성용품, 여성전용원룸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핑크택스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부 여성 소비자들은 핑크택스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7월1일 소비 총파업에 나섰다. 여성들은 매월 첫 일요일마다 소비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싼 금액을 받는 것은 여성혐오라는 논지로 여성의 날인 3월8일을 기념해 ‘38’로 시작하는 적금액 납입운동 ‘38적금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성의 문제” vs “수요와 공급에 따른 당연한 결과”


▲ 가치관, 소비 형태 변화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핑크택스는 여전히 존재한다.


쉬코노미 시대가 도래 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력이 상승, 고가 제품에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경제력이 상승하자 여성이 소비시장의 주체였던 패션, 미용, 화장품 분야뿐만 아니라 여행, 자동차, 집 등 다양한 분야로 소비가 확장됐다.

가치관, 소비 형태 변화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핑크택스는 존재한다. 여성을 내세우는 마케팅이나 기능상 큰 차이가 없지만 디자인, 색상만을 바꾸는 판매방식은 여전하다.

핑크택스 논란에 일각에서는 ‘핑크택스’라고 이름붙일 만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또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유행에 더욱 민감하고, 남성용 제품에 비해 여성용 제품의 트렌드가 훨씬 빨리 바뀌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이나 생산에 더 많은 인력과 정교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핑크택스 현상에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지만, 확실한 점은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비싸고 여성성을 강화하는 제품을 구매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성별 간의 경제적 격차를 더 심화시키며, 나아가 여성의 경제적 지위 상승을 막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소비자, 기업 모두 인식 개선 나서야

핑크택스에 대한 문제가 한국보다 먼저 제기됐던 나라들은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성차별적 가격을 책정한 기업에 최대 4000달러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성별과 무관하게 스타일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미용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여성 소비자들의 파업 등 핑크택스 현상을 막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핑크택스를 막고자하는 노력이 비단 소비자의 몫만은 아니다. 기업의 인식변화로 이어져야 성차별이 가격 차이로 이어지는 상황을 중단시킬 수 있다. 기업은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생산하고 소비자는 비판적으로 소비할 때 핑크택스 없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하필 이름도 ‘핑크택스’다. 핑크는 어느 특정 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색에 불과하다. 핑크가 여성의 색상이라 누가 규정지었는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정한 평등의 시대가 올 것이다.

서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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