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 전부 재건축 추진”

김종윤 기자 / 기사승인 : 2019-01-30 11:20:07
  • -
  • +
  • 인쇄
인터뷰-황찬규 울산중앙청과시장(주) 전무이사

▲ 황찬규 울산중앙청과시장(주) 전무이사

 


정부 지원 올해부터 융자로 전환
인구수 감소 등으로 재건축이 적합
건물 볼륨화 등으로 주차문제 해결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 우선돼야


지난 24일 발생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로 수년째 논란을 키워온 ‘현대화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농업인단체가 울산시의 느슨한 행정 등을 꼬집으며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2007년 정부가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찬성 입장을 표명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법인인 중앙청과의 황찬규 전무이사를 만나 그동안의 사업추진 과정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 그동안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다른 법인들과 달리 재건축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법인에서는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시작된 2007년부터 줄기차게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당시 거의 모든 법인 종사자들에게 재건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 등 노력을 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의 요구에도 요지부동하던 울산시가 갑자기 이전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요한 것은 정부에서 ‘도매시장 이전’에 지원을 한 전례가 없고, 지금의 시설규모로도 충분히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낙후된 건물을 순차적으로 재건축해 볼륨화한다면 상인들도 계속해서 장사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주차문제‧저장고 부족 등 또한 한번에 해결될 수 있는 재건축이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 지난 2014년 울산시의 용역 결과 이전이 적합하다고 결론이 났다. 용역결과에 문제가 있었나?


“당시 울산시의 용역결과를 분석해보면 모든 결과가 이전을 전제로 결과를 도출한 부분이 있고, 재건축‧리모델링의 장점은 일부만 서술돼 있었다. 용역결과에는 2020년 울산의 농수산물 거래량과 인구가 49% 이상 증가한다고 했지만 최근 심각한 경제위기와 소비형태의 다변화 등으로 농수산물 취급물량이 하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재건축을 위해 타당성 용역에 들어간 수원도매시장도 울산의 두배인 12만7000m² 규모로 지으면서 1100억원의 예산을 잡았다. 하지만 울산시의 용역결과를 보면 재건축에만 1700억원으로 예산이 들어간다고 추정해 ‘이전’에만 방침을 맞춘 무리한 설계라는 지적이 많았다”

- 현재 전국의 많은 지역 도매시장이 시설이 낙후되면서 현대화 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은 어떠한가?


“전국의 많은 도매시장이 개설한지 수십년이 지나면서 시설 낙후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정부에서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서울, 대전, 수원, 천안, 구리, 안동도매시장이 사업 신청을 했고, 그동안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결정된 모든 곳이 재건축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그마저도 2018년에는 정부의 재원 부족으로 현대화 사업 신청 자체를 받지 않았고, 국비지원도 올해부터 융자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최근 광주시 각화도매시장의 경우 용역조사를 통해 이전으로 방침을 정했지만 기존 부지를 매각해 대체 부지를 매입한다고 해도 수백억원 이상의 건축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을 백지화했다. 한강 이남 최대 농산물 집산지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이전과 재건축을 놓고 저울질하다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결국 리모델링으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재건축’ 보다 막대한 예산이 더 투입되는 ‘이전’에는 지원이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 농민단체를 비롯해 일부 정치권 등에서 지금의 시설이 낙후되고 좁아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도매시장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단위면적당 취급물량은 광역시 규모이상 도매시장에서 최저 수준이다. 즉 공간이 부족해 물량을 취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수 감소 및 경기침체 등으로 물량자체가 적다. 지금의 시설보다 넓고 교통이 편한 지역으로 가면 좋지만 울산처럼 인구수가 갈수록 감소하고 분산기능 조차 없는 도매시장은 규모만 키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울산의 경우 지역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농수산물 물량 자체가 20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시장을 확장해 도매법인만 늘린다면 도산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그 피해는 곧 생산자인 농민들과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 그동안 울산시의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을 지켜보며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울산시에서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그동안 종사자들과의 소통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부분이 없지 않다. 단 한번의 공청회도 없이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새로운 방침에 따라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용역이나 공청회 등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와의 논의를 거쳐 진행하면 좋겠다”

-이번 화재를 보더라도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 사업은 꼭 필요해 보인다. 대안이 궁금하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중앙청과의 반대로 현대화 사업이 무산됐다고 주장하지만, 현대화 사업 추진의 명확한 사업 계획 부족 등의 종합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우리는 처음부터 현대화 사업을 찬성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정부의 방침이 ‘이전’이 아닌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맞춰져 있는데 무리하게 이전을 요구할 경우 우선 순위에서 밀려 언제 사업을 추진하게 될지 모른다. 울산시에서도 이번 화재로 수십억원을 들여 건물을 재건축하는 만큼 현대화 사업에 대한 논쟁을 키우기 보다는 대기업과 대형마트 등의 외면으로 지역 농산물이 10% 불과한 현 도매시장의 상황을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유통판로 개선, 산지시설현대화 등 실질적으로 농민들과 도매시장 종사자들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

김종윤 기자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