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 인형에 인생사와 내 아이들을 담았죠”

김귀임 기자 / 기사승인 : 2019-05-15 11: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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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닥종이 인형 공예가 송덕자 어르신
▲닥종이 인형 공예가 송덕자 어르신.


삶을 기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펜으로, 또 누군가는 눈을 감고 하루를 더해간다. 이렇듯 쌓여가는 본인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에는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생이 나만의 예술 작품인 셈이다. 특히 나이를 먹어갈수록 쌓이는 연륜은 예술성을 더욱 풍부하게 채워주는 원동력이 된다. 올해 나이 87세. 송덕자 어르신이 선보이는 닥종이 인형전에는 그간의 인생사와 아이들, 남은 소망이 담겨있다.

18일까지 갤러리 한빛서 첫 개인전
87세에 선보이는 풍부한 인생 이야기
3년 전 뒤늦은 입문, 건강‧재미 한번에


▲송덕자 어르신의 작품들. 왼쪽 액자 사진 속 인형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송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띈다.

# 40여 작품과 함께하는 첫 개인전
송덕자 어르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닥종이 인형은 하나같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건강한 재질과 매력적인 색감을 가진 인형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쏙 빼닮았다.


“내 인생은 내가 목적이에요. 우리나라 종이인 닥종이는 질기고 부드럽죠. 저는 그런 시절을 거쳐 왔어요”


지난 2016년, 아주 우연한 계기로 이영희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 대표를 만나 접하게 된 닥종이 인형 공예는 송 어르신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


“천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닥종이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밀가루 풀과도 호흡이 잘 맞아요.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했고 즐거워 보여 자연스럽게 인형을 만드는 것에 도전하게 됐어요”


그렇게 호기심으로 시작된 닥종이 인형 만들기는 자신의 삶의 현장을 그대로 반영하자 금방 실력이 쌓이며 자유자재로 표현이 가능해졌다.


실제 전시회를 둘러보면 인형들의 특색이 도드라져 자꾸만 눈길이 가게 되는데, 그 까닭은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따라 만든 것이 아니라 머리 모양부터 옷의 색까지 직접 구성했기 때문이다.


“닥종이를 찢거나 오려서 옷을 입히고 인형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심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출하고 있어요. 인형의 감정을 고스란히 내보일 표정 역시 직접 느낌가는 대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형들이 모두 40여 점. 지난 6일부터 18일까지 갤러리 한빛에서 진행되고 있는 첫 개인전에서는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환하게 반긴다. 

 

▲송덕자 어르신의 닥종이 인형 작품들. 인형들의 옷과 표정은 송 어르신이 직접 구상해 만든다.

송덕자 어르신의 작품에는 자신의 아이들인 8남매의 모습이 담겨있다.

 


# 8남매 반영한 인형들, 삶의 일부분
보자기를 메고 정답게 이야기 하고 있는 아이, 수줍게 바라보고 있는 새신랑과 새신부… 

전시회에 진열돼 있는 인형들은 모두 송 어르신의 모습과 그녀의 아이들이 투영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8남매를 키워오면서 느낀 감정들이 많이 반영됐어요. 이외에도 여름철 아이들의 모습, 농사짓는 풍경, 가족들이 모여 정답게 이야기 하는 모습 등은 제 삶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닥종이라는 특출난 소재를 활용하는 기법과 더불어 송 어르신의 생활상과 살아온 풍습들이 반영된 인형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이야기가 된다.


물론 한번 인형을 제작하면 밤새는 것도 모르고 몰두할 만큼 많은 시간을 쏟곤 한다. 또한 여러 개를 두고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다 풀이 이미 굳어버린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이마저도 재미지다는 송 어르신은 눈을 반짝이며 다음 작품을 구상한다.


“만든 작품 모두 애정이 가고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자식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들은 더 예쁘게 만들고 싶었어요. 자식들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인형들을 볼 때 마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음에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봐야지 하고 의지가 생기기도 해요”

# “나이불문, 잠재적 재능 실현하길”
1933년생. 송 어르신은 젊은 나이가 아닌 만큼 세대 간의 공감대 형성에도 많은 노력을 가한다. 인형 사이사이에 세련된 색감의 아이들이 보여지는 것도 그 이유다.


“가정에서 생활을 할 때도 젊은 사람들 위주로 활동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볼 때 그저 동감해 줬으면 좋겠어요”


닥종이 인형 공예를 접하기 전 그는 30여 년간 목재 건설자재 사업을 해오며 다양한 인생굴곡을 겪어 왔다. 뒤늦게 시작하게 된 닥종이 인형 공예를 통해 ‘인생 2막’을 열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활동들이 치매와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특효라고 미소를 지었다.


“직접 종이를 뜯고 붙이고 구상하는 등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쓰게 되다 보니 여러 질병들이 예방이 돼요. 연세를 드신 분들이 많이 시도해 보셨으면 합니다”


건강과 재미를 한 번에 잡게 된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에서 닥종이 인형들의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인형들의 표정과 활력에는 그의 삶이자 사랑이 깃들어 있다. 


“누구나 다들 잠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이 순간에도 주저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많은 것을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김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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