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에서 ‘소액결제 깡’으로…심각해지는 ‘20대 파산’

김승애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7 10: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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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청년층 파산

 

사회 초년생들의 청년 파산이 늘어가고 있다. 전 연령에서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20대만 파산신청이 증가했다. 금융거래실적이 없는 20대는 신용등급이 낮다. 또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 등으로 개인 채무가 늘어 경제적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간절한 20대를 악용한 사기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거래실적 없어 제2·3금융권 이용

김병욱 의원 “신용 정보법 개정 시급”

파산 청년 위한 ‘대안 신용평가’ 절실

 

 

왜 20대만 파산이 증가했나


금융거래실적 없이 학자금, 대출 등으로 개인 채무가 늘어나는 20대들이 늘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파산신청 건수가 2015년에 비해 17%의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20대 파산신청만 해도 무려 411건이다. 반면 모든 연령대에서는 파산 신청 건수가 줄어들었다. 2018년을 기준으로 2015년보다 30대는 15.2%, 40대는 28.4%, 50대는 23.5%, 60대는 4.2%만큼 파산신청이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신용 실적이 없는 청년층이 학자금·생활자금 대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낮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제2·3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9년도 금융 이력 부족자(최근 2년 내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없고 3년 내 대출 보유 경험이 없는 자) 현황을 보면 20대가 전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4월 신한은행이 발간한 ‘2019 보통 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차 이하 직장인의 44%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평균 부채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 이들의 평균 부채액은 2017년 2959만원에서 2018년 3391만원으로 1년 새 14.6%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청년층이 최고금리를 요구하는 대출 업체를 이용하다 보니 늘어나는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치권에서는 비금융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신용 정보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또한 김 의원이 지난해 11월 신용 정보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 개정안은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선정 논란 등 여야 간 정쟁 속에 1년째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고금리는 청년들의 부채, 파산을 늘어가게 하며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전체 활력을 잃게 하는 것”이라며 “신용 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아직 꽃피우지 못한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결제 깡’으로 결제액 70%만 받아

최근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소액결제 깡’이 청년 세대에서 번지고 있다. 파산 직전까지 몰린 청년들이 마지막으로 소액결제 깡으로 돈을 통용하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소액결제는 사실상 신용카드와 마찬가지인 구조이다. 휴대폰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들은 이런 구조를 이용해 신용카드 깡으로 소액결제 한도를 현금화해주고 30% 수수료를 챙긴다. 소액결제 50만원이면 30%를 뗀 금액인 35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업체는 소액결제로 확보한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현금화해준 돈보다 비싸게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

 

소액결제 현금화는 2030 청년층과 청소년에게도 유해하다고 보고 있지만, SNS, 지식인, 블로그 등 관련 내용을 검색 한 번에 찾을 수 있다. 본지 기자가 현금화를 시도했을 때, 문자 발송 인증코드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5분 안에 가능하다는 대답을 받았다. 

 

휴대폰 소액결제에 익숙한 청년 세대가 소액결제 깡에 더 휘둘리기 쉽다. 한 전자결제업체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휴대폰 결제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도 자체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반면 청년층은 모바일 게임이나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소액결제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소액결제 깡에도 접근하기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결제 현금화만 검색해도 금융 관련 사이트가 쏟아진다.

 

소액결제 깡은 구조상 한 번 이용하면 빚이 쌓일 위기에 쉽게 노출된다. 이미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청년은 소액결제액이 포함된 통신요금까지 연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신요금은 채무조정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연체가 시작되면 걷잡을 수없이 채무가 불어나는 경우가 많다.

 

소액결제 깡은 불법의 여지는 많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곤란한 상황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통신 과금 서비스를 이용해 자금을 융통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소액결제 깡을 해주는 업체 측은 통신 과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결제 한도를 중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액결제 깡 업체 관계자는 "합법은 아니지만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없다"고 이용을 권했다.

 

청년은 파산할 수 없다? 대법원도 변화 중

청년의 개인파산 및 회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던 법원에서도 최근 현실을 반영한 판결들이 보이고 있다. 2009년 대법원이 한 30대 남성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 계기가 됐다. 

 

장애인 어머니를 부양하던 파산 신청자는 월 소득이 100만원도 안 됐지만 부채는 4000만원이 넘었다. 1심과 2심은 이 남성이 젊고 건강하다는 이유로 개인파산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연령과 관계없이 변제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파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

 

▲청년의 개인파산 및 회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던 법원에서도 최근 현실을 반영한 판결들이 보이고 있다.

 

유튜브에 ‘폐업’이라고 치면 ‘한방에 말아먹기’, ‘폭상 망한 꿈’ 등 폐업 경험 콘텐츠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상반기 법인 파산 접수 건수는 485건으로 전년(807건)의 60%를 넘어섰다. 조선·자동차·원자력 하청업체가 모여있는 경남은 최근 파산 전담부를 늘렸다. 

 

울산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금융감독원 지원설치가 안 돼 있다. 울산시민들은 부산 금융감독원에 가서 업무를 해결해야 한다. 

 

▲송철호 시장이 지난 11일 국회를 방문해 민병두 정무위원장을 만나 금융감독원 울산지원 설치에 대해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송철호 울산시장, 정갑윤(중구)·이채익(남구갑)·박맹우(남구을) 의원, 무소속 강길부(울주군) 의원, 김종훈(동구), 이상헌(북구) 의원 등은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금융감독원 울산지원 설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3년간 울산의 금융관련 민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매우 심각하다”며 “민원발생 규모가 금감원 경남지원과 비슷한데, 이는 울산시민들에게 공정하지 않는 대우”라고 말했다.

 

김승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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