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공정한가

울산종합일보 / 기사승인 : 2020-06-29 09: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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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 울산종합일보 임동재 논설위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 19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비정규직)은 정규직이라는 꿈을 이루게 되었고, 공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데 앞장서는 뿌듯한 역할을 맡게 됐다.

훈훈한 미담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일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진정한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적 평등에 반대한다”며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이건 평등이 아니다. 역차별이자 청년들에겐 더 큰 불행”이라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와 5일 만에 25만명이 넘게 청원에 동참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수많은 청년들의 반발은 더 거세다.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항공사에 취업하기 위해 만점에 가까운 스펙을 쌓아야 하는 절박함이 이번 정규직 전환 방침에 허탈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집합체다. 실업, 비정규직, 학벌, 기회의 평등, 양극화, 사회 정의 등이 움츠리고 있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분출하는 모양새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누구나 고용의 불안과 신분상의 불합리에서 자유로워야 할 당연한 권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문제에 가세하고 있지만 정작 본질은 비껴가고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절차적 공정성’이다. 현 정규직보다 많은 수의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화하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얼마나 공정한 절차를 거쳤냐는 것이다. 기존 노조의 반발과 수많은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인 규정과 절차라면 공기업 취업은 다방면의 뛰어난 스펙(직장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학력, 학점 등)이 기본이고, 입사 시험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힘겹게 통과해야 한다. 마냥 운이 좋다고 해서 저절로 취업의 기회가 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보안검색요원들은 계약직이라는 고용의 불안정에도 묵묵하게 일한 덕분에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회를 잡게 되었을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계약직 보안검색요원이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받고 입사를 하게 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취업을 준비하는 뛰어난 스펙의 수많은 청년들이 보안검색요원이 되기 위해 몰려들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의’를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지 책 판매고로 입증이 된 것이다. 사회 정의는 절차적 공정성을 통해 지켜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절차적으로 공정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시대 수많은 비정규직의 희망이 되고 있는 이번 사태가 여전히 논란에 휩싸이는 건 여전히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청탁, 친인척 채용 등 취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최소한 절차라도 공정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정해진 규칙과 규정대로, 똑같은 원칙을 적용받을 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과만 공정하면 된다는 식이면 과정은 무시되기 마련이다. 누구나 ‘로또’같은 기회를 꿈꾸지만 누구나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 중요하고 절차적 정당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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